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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데미 인사이트

내가 왜 네 사람이야?


살다 보면 ‘000은 내 사람이다’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라는 바운더리를 축조하여 그 안에서 오래도록 함께 하자는 초대장. 상대는 나를 내밀한 교류를 나눌 수 있는 '믿음직한 사람'으로 분류했다. 얼핏 들으면 낭만적인 말이다. 유대감과 결속이 절로 움트는 선언이다.

하지만 모든 언어가 그렇듯, 이 말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천양지차가 된다. ‘가장 친밀한 사람’이라는 다정한 뜻 대신, 나를 할퀴는 날카로운 예기(銳器)로 둔갑할 수 있다.


내 사람이라는 말을 무기로 사용하는 사람들


  • 직장 내 사수의 자리에 위치한 B는 부사수인 A를 모질게 대한다.
  • 눈살을 찌푸릴 만큼 과중한 업무를 떠넘기는 것은 기본이요,
  • 옷차림과 인간관계에까지 폭넓게 간섭한다.
  • P는 C와 20년지기 친구 사이다. 결혼을 앞둔 C에게 P는 스드메를 비롯하여 시댁에 대한 거리감에 대한 조언, 예비 신랑과의 관계 설정까지 원치 않는 조언을 멈추지 않는다.
  • K는 공시생 죽마고우 L에게 "왜 그러고 사냐" 는 핀잔을 주었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K는 L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다.

위와 같은 사례를 매우 흔하게 목도할 수 있다. 관심을 가장한 간섭과 애정을 빙자한 조롱, 다정이라는 외피를 쓴 폭력. 무례의 줄기는 하나다. 상대는 '내 사람'이니 무슨 짓을 해도 괜찮고, 말 안 해도 알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다.

어쩌면 이들은 ‘내 사람’이라는 말을 던져놓으면 그것이 대단한 결속력을 지닌 마그나 카르타가 되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지도 모른다.

지독한 오만이다.


‘내 사람’이라는 말 앞에 무력해지는 사람들


‘내 사람’이라는 말 앞에 무력해지는 이들은 대부분 온순한 사람들이다. <나> 에 대한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은 이 <관계>에 중요한 위치를 맡는 것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나> 를 믿지 않으니 상대가 부여한 <믿음직한 사람>이라는 지위에 골몰하게 되는 것이다.

‘너는 내 사람’이라는 징표를 받아든 이들은 무분별한 비판을 무조건 적으로 수용하고 일방적으로 감내하게 된다. 상대가 내뱉은 ‘내 사람’ 이라는 주문에 맞춰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게 된다.

적의는 호의로 재해석하고 질투는 조언으로 이해한다.

이런 무한한 관대함과 무분별한 순응은 ‘나는 당신의 사람이니까 내 가치관과 태도를 모두 뒤흔들어도 괜찮다’며 삶의 국경을 허물어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내가 정말 ‘저 사람의 사람’일까?

이 깊은 공동 (空洞)에서 올라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나도 상투적인 방안이지만 일단은 상대와 거리를 두고 홀로 깊이 반추해야 한다.


분명히 스스로 되묻고 자답해야 한다. ‘그래도’ 라는 감정은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

또 효과적인 것은, 상대와 나의 관계를 부감하고 있는 제3자의 조언이다. 이 관계를 한발자국 뒤에서 지켜본 이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내 사람’ 이라는 마법주문에서 벗어나는 핀포인트다.


<고마운 마음>을 조금은 덜어 낼 것


무의식적으로 상대와 나는 불균형적인 권력 관계가 형성되어있다.

이 관계의 틀을 깨야 한다. 관계의 경계를 정확히 지정해야 한다. 상대의 말을 어디까지 수용 할 수 있고 어느 부분에서 상처를 입는지를 명약관화하게 판단해야 한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과 수용 할 수 있는 범위에 선을 긋고 상대에게 제대로 통고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마운 마음>을 덜어내는 것이다.

누구나 나라는 존재를 자신의 삶에 깊이 투영하고 우선순위에 둔다는 말을 들으면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타자와의 교류, 유대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이들에게 이 말은 큰 선물과도 같다. 그것이 ‘너는 내 사람’ 이라는 말의 함정이다.

사용자에 따라 이 말은 상대를 조종할 수단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마워는 하되’ 이 관계에 스스로 너무 큰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 나를 보호해야 한다. 관심과 간섭의 경계를 제대로 구분 지어야 한다. 나에게 상처를 주고도 “너는 내 사람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고 한다면, 반드시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당신 사람이 아녜요.”


‘나는 내 사람’ 이다.

분명히 하자. 세상 그 어느 것 보다 중요 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너는 내 사람’이라는 문장은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에 의해 구축된 것이 아닌, 동등한 관계라야 유효한 것이다. 표현과 마음이 고르고 편안하게 흘러야 유지될 수 있다. 관계의 바운더리를 분명히 하자. 안된다고 말하고 그렇지 않다고 표현하자.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상대와 나 사이에 흐르는 전도를 비교하자.

<내 사람>이 날카롭고 뾰족한 무기가 되어 나를 향하게 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나 자신을 지켜내는 방법을 익힌 다음에야, 바야흐로 그들이 말하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나’를 우선순위로 둔다면, ‘내 사람’이라는 그물에 빠지지 않고도 평온한 교류를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말이 많았고 이야기를 잘 했지만, 내 자신에게는 그러지 못했다”

-량원다오-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

다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다짐하자. 그리고 자신에게 이야기하자.

나는 그 누구의 무엇도 아닌 나라고. 나는 내 사람이라고.




이 글을 작성한 ‘이중호’ 작가는

국어국문 전공의 길을 시작으로 트렌드, 제테크, 자기계발의 대한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입니다. 트렌드 수집가로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며 다양한 글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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