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사람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탄탄한 투자금’을 떠올리겠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의 핵심에는 ‘사람’을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제대로 된 팀을 꾸리고, 일하는 방식을 정리하며, 건강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일이야말로 스타트업이 성장하는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때로는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여기, 스타트업 HR 셋업을 전문적으로 다뤄온 분이 있습니다. 다양한 기업을 거치며 초기 HR 시스템을 정립해 온 권예은님은 ‘HR부서의 역할을 고민하며 방향성을 만들어주는 작업’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조직의 현 상황을 분석하고,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만들며, HR 시스템과 제도 정비를 돕는 전문가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예은님이 걸어온 커리어의 발자취와 HR 셋업 전문가로서의 인사이트를 취재했습니다. ‘성장을 위한 HR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번 대화가 작은 힌트가 되길 바랍니다.

💌 안녕하세요 예은님! HR 인터뷰이로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권예은입니다. 아마 ‘이직을 가장 많이 한 HR담당자’ 중 한 명일 겁니다. 중견 제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글로벌 기업,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조직을 거쳤습니다. 덕분에 아주 폭넓은 스펙트럼의 HR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청소년학 전공을 살려 교육 담당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배우고 싶어 글로벌 기업으로 옮겼고, 중간에는 노무사 시험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 역시 커리어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1년 반정도의 노무가 수험생활 후 다시 커리어를 이어가려 하니, 중견이나 대기업에서는 ‘이직이 많다’는 이유로 이직이 쉽지 않았는데 오히려 스타트업에서는 그걸 장점으로 봐주었습니다. 다양한 회사를 경험한 만큼 배운 것도 많을 거라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씬에 들어가게 되었고, 인사팀을 처음 셋업하는 조직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몇개의 회사를 거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결국 초기에 사람과 조직을 어떻게 세팅하느냐가 관건인데, 이걸 잘 하지 못해 무너지는 회사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게 안타까웠고, 그래서 저는 ‘초기 셋업’에 전문성을 갖고 일해 왔습니다.
현재 저는 소속된 회사 없이 잠시 쉬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스타트업의 early stage HR 셋업에 특화된 전문가로 일해 왔고,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혼란 속에서 사람과 구조를 세우는 일이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초기 인사팀 셋업에 대한 지식은 많이 쌓였다고 느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를 쌓아갈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 EO에서의 커리어를 포함하여, ‘HR 셋업 전문가’로서의 일하신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어요. ‘HR 셋업’이 하는 구체적인 업무와 이 업무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스타트업 HR에서 제가 특히 강점이자 주력으로 삼아왔던 업무가 'HR 셋업'입니다. HR 셋업이란 인사팀이 없거나, 아직 인사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초기 단계의 조직에서 HR 업무의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처음부터 수립하고 정착시키는 과정을 뜻합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시점에서 인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그 방향성을 만들어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EO뿐만 아니라 이전에 회사에서도 인사팀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업무를 맡아왔는데요. HR 셋업의 구체적인 업무를 몇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회사가 처한 현실적 문제를 파악하고 어떤 일을 가장 먼저 해야할지를 파악합니다. 인사팀이 없는 조직일수록 인사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몰라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때 저는 회사의 현재 상황을 듣고, 조직 내 인력과 운영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진단하여 우선순위를 정해 줍니다. 실제로 제가 프리랜서로 활동할 때도, 복잡한 현안을 단순화하고, 인사 관련된 제도(수습평가, 원온원 미팅, 기본적인 HR 데이터 관리)를 도입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태로 도움을 주곤 했습니다.
둘째,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만듭니다. 회사의 의사결정이 투명하고 명확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소통 프로세스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보통 초기 조직에 입사하면 회의 양식을 개선하고, 위클리 미팅과 아젠다 중심으로 업무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조직 내 직무 간 경계선을 낮추기 위해 타부서 간 티타임과 직무 설명회 등을 운영하기도 했죠. 인사팀 셋업 과정에서는 이런 소통구조를 초반부터 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셋째, HR 시스템과 데이터를 효율화합니다. 채용과 평가, 보상 등 인사의 기본적인 제도를 마련할 때, 반드시 뒷받침될 수 있는 시스템과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채용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입퇴사자 관리 데이터, 연봉 정보 등을 정리하여 인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야 이후에 조직이 급격히 성장하거나 이슈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 가장 최근에 하셨던 일에 대해 간단하게 여쭙고 싶어요. 바로 직전에 몸 담으셨던 EO의 소개와 함께 HR리더로 합류하시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2023년은 저에게 꽤 새로운 도전의 해였습니다. 오랜 시간 인사팀 안에서만 일하다가 ‘과연 인사도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직접 실험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인맥과 콘텐츠 덕분에 여러 곳에서 인사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맡으며 1년간 소속 없이 다양한 조직의 고민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기, EO의 담당자에게 커피챗 제안을 받았습니다. EO는 기업가 정신과 기회(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를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 기업으로, 주로 스타트업 창업자, 예비 창업자,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최근에는 글로벌 채널까지 확장하며 ‘세계 1위 스타트업 미디어’를 목표로 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당시 EO는 채용 교육 콘텐츠를 기획 중이었고,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연락을 주셨습니다. 평소에도 관심 있던 회사였는데 인터뷰를 준비해오신 담당자분의 진정성이 인상 깊었습니다. 인사팀 유무와 채용 계획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던 중, 며칠 뒤 실제로 채용 리더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연락을 받았고, 몇 차례 티타임을 가진 뒤 합류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EO를 선택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시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고, 조직이 아직 작고 유연하다 보니 인사 외에도 새로운 역할들을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비즈니스 자체가 매력적이었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겠네요.
💌 EO에서 채용/조직문화/역량개발 등의 제도를 만들고 실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요소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EO의 구성원들은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는 데 게으르지 않았고, 그 가치를 금전적 보상으로만 환산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어요. 다시 말해 자기 통제력과 오너십 마인드가 매우 중요한 기준이었고, 이러한 기준이 HR 시스템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재량근로제의 적극적인 활용인데요. EO는 근로기준법상 재량근로제의 가능성을 매우 유연하게 해석하고 적용한 조직이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나 하루 정해진 근무 시간, 근무 장소에 대한 제약이 없었고, 재택근무 횟수 역시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다. 촬영이나 외부 미팅 등 현장 중심의 업무가 많았기 때문에, 구성원 각자가 가장 효율적인 장소와 시간대를 선택해 일할 수 있었습니다. 휴가 일수에도 제한이 없어서, 집중해서 일하는 시기와 쉬어가는 시기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 EO에서 HR리더로서의 역할은 어떤 경험이셨나요?
EO에서의 HR 리더 역할은 저에게 큰 배움이자 성찰의 시간이었습니다. 조직 안에는 경영진과 팀원들이 자율적으로 쌓아온 문화와 가치가 있었고, 저는 나중에 합류한 멤버이다보니 기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있었어요.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오만한 생각이었죠.
EO에서는 1인 인사팀장으로서 초반에는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까’를 고민했지만, 점점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건강한 문화를 어떻게 지키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꿔갈 수 있을까. 그것이 진짜 HR 리더로서 EO에서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EO는 인사팀이 조직문화를 이끄는 조직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주체적으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조직이었습니다. 각 팀장은 자신이 원하는 팀원을 찾기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하며,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1:1 미팅을 성실히 이어가며 팀원과의 연결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훌륭한 조직이란 ‘제도가 잘 설계된 조직’이 아니라, 각 구성원이 진정성 있게 조직 구성원으로 임하고 있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EO는 다양한 비즈니스를 적은 인원으로 해내는 조직이기에,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행정 업무의 양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사 담당자로서 ‘무엇을 줄여야 하는가’에 집중했습니다. 불필요한 프로세스는 줄이거나 자동화하며, 업무 효율을 높이는 서포티브한 인사팀으로 존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제도를 주도하기보다는, 일하는 사람들이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EO에서 가장 큰 성과를 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긴 어려워요. 오히려 이 조직에서 제가 기여한 것보다 배운 것이 훨씬 더 많았으니까요. 그 배움은 지금의 저를 더욱 겸손하게 만들었고, 앞으로의 리더십에 깊이를 더해준 만큼 가장 크게 성장한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 예은님이 걸어오신 커리어를 들으며 ‘HR 셋업 전문가’란 다양한 조직을 경험해보아야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조직을 경험하시며 예은님만이 구축해오신 ‘HR팀 셋업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제가 다양한 조직에서 HR 셋업을 진행하면서 구축해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앞서 질문에 답한 내용이기도 한데 먼저, 가장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기준은 '운영의 효율화'입니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데이터를 정리한 뒤,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만듭니다. 이는 어느 조직에서든 가장 먼저 선행되는 작업입니다.
인사 기획적인 측면에서는 '현실에 맞는 제도 설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각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제도를 과감히 없애기도 합니다. 회사들은 가끔 돌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제도를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복잡한 제도는 오히려 업무 비효율을 초래합니다. 세부적인 지침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명확한 기준만 제시해도 충분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초기 단계의 회사가 참고하는 사례는 이미 유니콘이 된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 당장 성급히 도입할 필요가 없는 제도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선별 과정을 거쳐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면,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봅니다. 제도를 처음에는 호기롭게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 복잡하거나 업무가 많아지면 결국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도가 조직의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해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프로세스가 간단하고 명료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제도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에게 이해 가능한 ‘논리적 구조’를 가지고 납득시켜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구성원들이 지금 당장 원하지 않는 제도라도 왜 필요한지,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성원의 의견에만 의존하다 보면 자칫 더 나은 방향으로의 리더십을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 제도가 우리 조직에 왜 필요한지, 앞으로 무엇이 좋아질지에 대한 비전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인사팀을 만드기 시작’한 조직이라면 초기 단계의 회사일 것 같은데요. 성장을 앞둔 회사들이 주로 하는 HR관련 고민이나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초기 조직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고민은 채용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회사의 비즈니스가 성장하기 시작하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지는데 이때 직무에 대한 정의나 팀 내 역할 구조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입사 후 구성원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기존 팀원과의 역할이 겹쳐 충돌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들입니다.
특히 경력직 채용의 경우, 실무 능력은 충분하지만 조직문화와 맞지 않아 조기 퇴사로 이어지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초기 조직일수록 기존 인력이 잘 모르는 영역을 ‘경력직이 와서 한 번에 해결해줄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경력직일수록 뾰족한 문제 상황과 명확한 미션이 주어져야 역량이 발휘됩니다. 이 기대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실무자 간의 협업보다는 업무 중복이나 책임 회피가 늘어나고, 팀 리더는 조율에만 몰두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곤 합니다.
인원 수가 조금씩 늘어나면, 이번에는 기본적인 인사 제도의 부재가 문제로 드러납니다. 연차 사용, 휴가 승인, 평가 방식, 커뮤니케이션 등에서 구성원마다 서로 다른 기준으로 행동하게 되고, 그 결과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며 신뢰의 균열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때 온보딩이나 수습 운영이 제대로 설계되어 있지 않으면, 신입 구성원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치된다’는 감정을 갖는 경우도 자주 발생합니다. ‘우리는 자율적인 문화야’라는 말로 설명을 생략하는 것은 방임과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초기 조직일수록, 각자의 자율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통 언어와 설명 구조가 더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자주 마주하는 문제는, 조직이 빠르게 성장하며 구성원이 늘어날 때 발생하는 문화적 분열입니다. 기존 구성원과 새롭게 합류한 인원 사이에서 일하는 방식, 기대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의 온도차가 생깁니다. ‘우리는 이렇게 해왔는데’라는 말이 늘어나고, 회사 안에는 어느새 두 개의 문화가 병존하게 됩니다. 이런 문화적 충돌은 공식적인 이슈로 드러나기보다, 분위기와 에너지로 먼저 감지되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조직이 단순히 ‘많은 사람과 일하는 상태’가 아니라, ‘같이 일할 수 있는 집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일하는 방식, 피드백 구조, 커뮤니케이션 언어를 설계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문제들을 조금 더 빨리 발견하고 정리하는 일이, 저는 인사 셋업의 가장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HR팀을 셋업하는 방법도 외부 환경에 따라 혹은 조직에 따라 그 모습이 모두 다를 것 같습니다. AI의 발전이나 B2B SaaS의 성장으로 인해 HR의 업무 방식은 어떤 식으로 바뀔 것 같으신가요?
이 질문은 인사 담당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보았을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최근 몇 년간, '인사 업무의 거의 모든 부분이 외부에 아웃소싱되거나 자동화될 수 있다면, HR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던졌습니다.
과거에는 정보보안의 문제나 적절한 서비스의 부재로 인해 인사업무를 외부에 맡기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SaaS 솔루션과 AI가 빠르게 발전하며 그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운영 업무는 자동화하거나 아웃소싱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도, 비용적으로도 훨씬 효율적인 것이 되었고요. 휴먼 에러도 줄어들고, 1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 역시 실제로 프리랜서로 업무를 할때에, 수습 사원의 평가 기준을 세우거나 직급별 평가 제도를 만들 때 ChatGPT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조직의 특수한 환경이나 직무별 스킬을 조건으로 대입하면 AI와 함께 평가 항목과 기준을 만들 수 있거든요
💌 그렇다면 오히려 HR담당자의 역할이 줄어들거나 변하게 될까요?
기업은 아낀 비용만큼 인사팀을 줄이게 될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짜 중요한 인사 기능,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에는 더 많은 전문성과 역량이 요구될 것입니다. 데이터를 넘어서 조직의 맥락을 읽고, 사람 사이의 대화를 설계하고, 윤리적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은 아직까지 기술이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는 HR의 고유한 영역입니다.
특히 저는 앞으로 HR이 조직의 리더들을 위한 카운슬러이자, 멘토로서의 역할을 더 많이 감당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구성원들이 조직 안에서 가장 자주 마주하는 존재는 시스템이 아니라 ‘자신의 리더’이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좋은 질문을 던지고,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스스로 성장하려면 그 곁에서 생각을 정리해주고, 대화를 설계해주는 지혜로운 동료로서의 HR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결국 앞으로 HR의 시간은 ‘모니터 앞에서 일하는 시간’보다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지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 HR셋업 전문가로서의 커리어를 계속 이어나가실 계획이시라면,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어떤 HR팀을 셋업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여전히 고민 하고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요즘은 인사업무에 대한 정보와 도구들이 워낙 잘 정리되어 있고, 초기 조직의 인사 셋업 자체는 이미 많이 상향 평준화되었다고 느낍니다. 이제는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구성원 간의 신뢰나 리더십 관점에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 더 많기 때문에, 그 조직들이 진짜 필요한 것은 외부의 개입보다는 조직 스스로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제가 적극적으로 들어가서 구조를 만들고 제도를 설계해야 할 이유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과거 몇 번의 경험 속에서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었던 순간에 적당히 타협하거나,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 버린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나고 보면, 조직이 진짜 변화할 수 있었던 그 기회를 놓쳤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HR 커리어를 이어가게 된다면, 빠르게 구조를 세우고 떠나는 역할보다는, 조직이 변화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을 긴 호흡으로 함께하며 결실을 맺는 순간까지 책임지는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밭을 갈고 준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뿌리고, 키우고, 잡초도 뽑고, 태풍도 맞아가며, 마침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조직의 순간까지 동행하는 일. 지금 제가 바라는 건 아마 그런 경험일 것입니다.
오늘 예은님과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스타트업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사람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팀을 제대로 꾸리고 일하는 방식을 정리하며,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게 핵심적이지만 이를 제대로 구축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Udemy Business를 도입하면, 직원들이 실무에 필요한 역량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채용, 조직문화, 리더십과 같은 인사담당자에게 필요한 글로벌 최신 스킬까지 학습할 수 있어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인사 조직과 탄탄한 HRD 환경을 구축하고 싶은 분들에게 유데미 비즈니스를 추천합니다 🚀